가벼운 것도 좋아 ** 주의 : 이 글은 특정 작가님, 특정 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ㅡ ㅡ;.. 실은 제가 좋아하는 야오이소설들과 만화 그리고 작가분들을 따 오고 싶었 지만..^^;.. 능력부족으로 가볍게 적는 수준에 그쳤습니다..ㅡㅡ;.. 저는 좋아하는 글들이고 작가님들이시지만, 그 분들께 누가 될까봐 정말 참 아야만 했습니다..ㅠㅠ.. 제가 적은 글들과 주인공들이 간혹 등장하지만, 별로 상관없는 출연이므로 안 읽어보신 분들도 가볍게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요새 여러가지 일들도 머리가 복잡한데다가.. 지독한 감기 까지 걸려서 장난이 아니네요..^^;..가벼운 것도 좋아- 는 그 와중에 나온..ㅡㅡ;.. 아참..^^;..그리고 역시 존재의 지속 여부는 불투명한..ㅡㅡ;..글이 되겠습 니다. 해요....) + 가벼운 것도 좋아 + 화창한 봄 날이었다. 그렇다. 바야흐로 꽃사슴들이 뛰어 놀고, 춘향이가 널을 뛰는 그 새파란 봄날. 내 이름은 한하윤. 나이 방년 25살의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 심지어는 군대도 다녀왔다. 직업은 학생을 가장한 백수. 취미 웹질과 뜨개질. 주로 손으로 하는 건 다 한다. 특히 ‘치는’ 종류는 다 자신있다. 피아노, 기타, 테니스, 고스톱, 카드, 당구, 장구, 북....심지어는 사기 치 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중요한 건 그토록 멋진 사교 생활에도 불구하고 특기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 다. 특별히 잘하는 건 없다. 그냥 건전한 여가선용과 심신의 수양 차원일 뿐이 다. 문제는 나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심신의 수양이 요사이 줄곧, 한 여자로 인 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이토록 화창한 봄날,.. 나, 한 하윤. 그녀를 만나러 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녀, 바로..내 사교와 여가 선용을 질시하는 뭇 암흑의 무리... 이름하여..바로.. .....동/인/녀 1. 그녀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겠다. 그녀는 나의 대학동기이다. 원래대로하면, 그녀는 내가 군대에 꼬로 박은 시간을 합쳐서 진즉에 졸업하 고 남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 시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그 와중에도 세상에서 유일하게 노 아의 방주를 탄 듯, 유유자적 자신만의 유토피아에 빠져 사는 그녀. ...나의 동기 동인녀는 내가 새파란 신입생들과 룰루 랄라 대학을 다시 복 학한 그 날까지 졸업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그녀와 나는 역시 남자 많기로 유명한 물리학과를 나왔다. 그녀.. ...동인녀의 성격은 아주 지랄같다. 외모와 비례하여 지랄같은 그 성격은, 마치 춘향이 미친 널을 뛰듯.. 혹은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의 사자 무리들이 발정기를 맞듯... ..(비교가 적절하진 않지만, 아무튼...) 한마디로 아주 개판이다. 그녀는 타인을 놀리기 위해 존재하는 이상한 세포였다.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약점을 잡힘으로 인해, 새내기 시절부터 그녀에게 이 른바 ‘코 꿰임’을 당했는데...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즐거운 ‘연애놀음’이 아니었다. 말했지 않은가.. ..그녀는 동/인/녀 다. 이 페이지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이미 잘 알고 있을 이 동인녀라는 이름의 아우라. ...미소년과 미청년에 대한 01*를 능가하는 안테나를 가진 존재! 내가 이 미모로 그녀에게 발탁(?)이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2. 하도 지랄같은 성격이라.. 더 이상 설명하려니 입 아프다. 아무튼, 곧 초야의 봄을 앞둔 그 몇 일 전. 나는 그녀의 ‘부르심’을 받고 접선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목도리를 감고, 위장을 위해 마스크도 하고... 그녀와 내가 신입생 시절부터 자주 가는 학교 앞 모 까페에 도착했을 때였 다. 테이블 앞에 홀로 앉아 담배를 뻐끔거리는 그녀가 보인다. 나는 들어서자마자 주변의 눈치를 힐끗 살피며 재빨리 제 자리에 앉았다. 그녀.. ...(오직 얼굴 전체에서 봐 줄 거라곤 눈 밖에 없는..) 갈색의 연한 눈동자 를 지그시 굴리더니, 나긋하게 한 마디 내뱉는다. “치아라~..문디 자슥.. 니 한번만 더 늦이삐면, 고자로 만들어 삔다.“ 참고로..그녀.. ..내 어머니와 고향이 같은 부산 여인이다. 또한 그녀는 내 어머니를 잘 안다. “.....말 좀 곱게 안 할래?” 아무리 내가 반반하게 생긴 얼굴 하나로 먹고 산다고 해도 그렇지.. 그녀..내 어깨도 오지 않는 작고 뒹굴 뒹굴한 몸짓으로 어찌 그런 말을 마 구 소리 높여 외친다 말인가. 언제나 있어온 나의 질타에 그녀.. ..씨익...(마치 미소처럼 보이나, 실은 미소가 아닌) 웃으며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알겠다, 씨바새꺄.. 내가 또 통이 크다 아이가? 친구 새끼가 그리 말하는데 들어주야제. 다시 말 해 볼게. 이쁜가 바바.. ..치~아~라~.문디새꺄~♥ (이 부분에서 결정적 미소 한번) 니~ 한번만 더 늦이삐면~ 고~자~로 ~ 만들어 삔~다~♥" .....이쁘긴 개 뿔.. 그렇다. 여기까지 보았으면 잘 알겠지만, 그 딴식이 바로 그녀의 성격이다. 더 이상 댓구도 하기 싫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그녀의 얼굴을 노려보다시피 으르렁 거린다. “오늘은 또 뭔 일인데?” 그녀가 나를 부른다면 뻔하다. 이 여인. 웹 상에서 소설인가 뭔가를 쓴다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편이다. 가끔 하구한날의 웹 질로 인해 손목에 굳은 살이 베이고.. (손목에 굳은 살 배긴 사람..여간해선 찾기 힘들다..-_-;;..함 찾아보길 권 한다...) 뇌와 혀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걸린 게 분명한..(이건 아주 특수한 직업병이 다.) 그런 여인이다. 그녀는 웹 상에서 ‘초밥유리’라는 아이디로 글을 쓴다. 원래부터 초밥유리였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원래 내가 지어준 이름은 조 반유리였다. 조반유리는, 중국 서유기에 나왔던 말로 모택동이 호위병을 이끌기 위해 다 시 씀으로 인해 유명해진 말이다. 자고로, ‘무릇, 저항하는 것에는 그 이유나 논리가 있다’라는 아주 어마 무시한 말이다. (아..검색하기 힘들다. 엠파스에서 찾았음....ㅡㅡ;;) 그녀.. ..그 뜻을 알 리 만무하다. 걍 쓴다. 아마 조반유리라는 그 아이디를 기억 하는 것도 힘들어서 생각나는대로 갖다 붙인 게 초밥유리가 된 듯 싶다. 아무튼 그녀는 그 아이디로 글을 쓴다. 이후로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내가 그녀를 부를 때는 친절하게도 ‘초밥유 리’에서 따온 ‘초밥’이라고 쓰겠다. ...나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졸라 좋은 친구다! 지금도 봐라..얼마나 좋은 친구의 자세를 가졌는지..!!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그녀에게 넌지시 묻는다. “야!..초밥!!... 그만큼 해 줬으면 됐잖아!.. 더 바라는 게 뭐야..도대체!!...“ 글이나 잘 쓰면 내가 이뻐라도 해 준다. 사람이 외모는 엉망이여도 마음이 중요하다고.. ..초밥이가 쓰는 글이 조금이라도 괜찮다면.. 동기로써, 그리고 지난 5년간 같이 산전수전 겪은 몸으로써, 과감히 이뻐해 줄 수도 있다. ... ...하지만, 그녀가 늘 A4 용지에 뽑아서 귀찮을 정도로 읽기를 강요하는 그 녀의 글들.. .. ...아주 사람 미치게 만든다. 나는 항상 그녀의 글의 첫장과 마지막 장만 읽는다. 간혹, 그녀의 실체에 대해 전혀 모르며, 그녀에게 너무나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을 남기는 독자님들.. ..정말 까발리고 싶을 때가 너무나 많다. 그녀의 글은, 그녀가 적은 것이 아니다. ...거의 나의 손을 거쳐야 90%로 완성되어... 그래도 따옴표나 마침표가 제대로 찍힌 글이 공개되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그거라도 봐 주니, 그게 어딘가! 실상 초밥유리가 적는 글은 거의 내가 적는 거나 진배없다. “사람들이...” 그녀.. ..또 전에 없이 심각하다. 졸지에 나는 한숨이 나온다. 그녀의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앞으로 뭐가 터질지 너무나 조마 조마한 것이 다. “사람들이 .. ..내 글의 쥔공들이 넘 이쁘다 칸다. ...나는 니를 모델로 적는 긴데.. ..니는 혹시 그에 불만있나?“ 미쳤나.. ...불만가졌다가 무슨 욕을 당할라고..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한 인물 한다. 가끔 거리에 나가면, 연예인 모씨와 닮았다고 싸인해 달라는 여고생들도 수 두룩하다. ...말 안하려 했는데, 그 코스프레인가에 참여하는 모 팀에서 제의가 직접 들어온 적도 있다. 나.. 25살의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 한 하윤.. ..솔직히 말하지만, 정말 이쁘다. 예쁜게 눈 크고 뭐, 피부 창백하고..그런 거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다 나보고 예쁘다고 난리니깐, 나도 내가 예쁜 줄 안다. 키도 크고 늘씬하다. ............그럼 뭐하나. 그 미모 때문에 이 여인에게 잡혀 사는 것을. “그래서 말인데.....” 쫑긋. 우리 집 개새끼가 주로 그렇듯, 그녀가 저렇게 무슨 무협지 여주인공처럼 무섭게 중얼거릴 때는 사뭇 긴장된다. 그녀.. 동인녀 초밥유리는 먼 산을 바라보는 각도 40도의 사진 포즈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현실력이 떨어진다 안카나.. ...니도 그래 생각하나?“ 아니. ...미쳤나. 그리 생각해도 어찌 그리 생각한다고 말한다 말인가! “그렇제? 니는 그리 생각 안 하제? ..그럼 모하노... 남들이 니를 모른다 아이가, 니를..“ “.............그...그래서?...” 그녀.. 그 특유의 사악한 마의 괴물같은 미소를 짓는다. 갑자기 두근 두근..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오늘, 이 접선의 목적이 무릇, 밝혀지는 순간인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둥... “그래서 니가 좀 해 주야 겄다.” “.......?.....” “니가 니 한몸 불 살라서 이 친구를 도와도. 잡소리 하지 말고... 니 한 몸 팔아서 일주일 내로 남자 하나 꼬시온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마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내 심쁠한 성격 알제? 나는 현.실.력. 있는 스또리를 원한다. 내가 스또리를 써 줄게. 니가 현실적으로 실험해 보는기라. 알겠제? 내가 스또리를 메일로 날리 주꾸마. 메일 받는대로, 그 스또리대로 행동해서..되는지 안되는지 말해도. ..알아 들은나, 이 새끼야!...“ “...저기...초밥아..............” 그녀, 나의 소심한 주저거림에 버럭 또 성질을 낸다. 절대 30초를 기다리지 못하는 성미 급함의 또 대가다. 한마디로 성질만 살아있다. “뭐? 와 또?!! 뭔 문제 있나?“ “......아..아니..” “..그럼, 없으야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니 하나 시집 보낼라고 얼매나 고생인 줄 아나? “ ...내가 왜.. ..시집을 가야 하니..초밥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니 앞날에 몰두해 다오.. “와 인상 찡그리노? 니는...사내 새끼가 되가지고..“ ...역시 그냥 입 닫고 가만이 있을 걸.. 괜히 한 마디 꺼내 보려다가 잔소리 듣는다. 뻔하다. 지난 5년 동안 계속 되어온 저 놈의 지긋 지긋한 잔소리!!! “와 그리 지조가 없노, 이 눔의 시꺄. 하미녀기 생각나나..하미녀기(번역 : 하민혁. 초밥유리의 야한비행 남쥔공) .. 처음에 그 민혁이랑 잘댈라 하다가, 깨지뿌제.. 그 다음에 철진이(번역 : 김철진. 초밥유리의 야한비행 단란지대 쥔공).. 그래, 그 새끼..생긴 거 울마나 졸라 멋있노? 니가 외모 좀 된다고 콧대 세우니깐, 그 새끼도 이제 다른 놈 한테 간다 아 이가!!“ ...그렇다. 내가 그녀에게 일언반구 대들 수 없는 것은, 바로 내가 타고난 동인남의 기 질에 .. ..플러스, 어마 어마한 바람둥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혀...기..(번역 : 윤정혁. 초밥유리의 도시락 호모포비아 쥔공) 그래, 니 윤 정혀기 ..기억하나? 이 망할 놈의 시끼... 그 시끼도 얼마나 멋있었노? 그 시끼가 니 좋다고 할 때, 알아서 기야제. 니 자존심은 철판 문디 뚜껑이 가? 와 빼노, 와? 그라니깐, 이 밀리니움 새천년 시대에 니 혼자 애인이 음따 아이가!!“ 그렇게 따 꼬질러서 큰 소리로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안다. 그래, 그 무수한 녀석들.. ...내 손으로 인간 만들어 내보냈다..이 여인아. 소설 중에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렇다고 니가 내 가슴을 대 못으로 자 꾸 파야 하나.. “이빨 닥치고,.. 좋은 말로 할 때, 일주일 내로 스또리가 되는지나 알아바도. 알겠제? 중요한 건..“ 이빨 닥치라니 닥치고 고개만 끄덕인다. 나는 그녀에게 약점을 잡혀도 단단히 잡힌 것이다. “중요하거 뭔지 알제? 한하윤.. 나는 ‘해피’다. ‘해피’가 좋다.“ 이 엄숙한 선언. 그렇다. ...이 말은 일주일 내에 ‘절대 한명을 건져 와야 한다.’라는 무언의 압력 이다. “그리고...” “......” “........키스 이상 아니면 취급 안 해준다. 증그를 만들어 와라, 증거를...” 그녀.. 절대 ‘실험’정신으로 지금 이러는 게 아니다. 말은 소설이 현실성을 띄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고 있지만.. 실은, 한가지 생각 밖엔 없는 것이다. ..나의 꽃다운 미모와 청춘을 한 녀석에게 팔아 넘길 생각. 한 하윤의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 밖에 남지 않았다. 3. 초조하게 손바닥을 청바지에 닦는다. 메일에 접속하자마자, 괴기 그녀에게서 메일이 하나 도착해 있다. 그녀.. 심심하면 상습적으로 바이러스 메일을 유포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달칵. 어마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클릭을 하자 맞춤법이 현란하게 틀린 그녀의 편 지가 열린다. 메일 제목도 ‘지령’이다. (지령) 우리의 사랑받는(?) 수인 한하윤(씨바..내 이름 하지 말란 말이다..) 그 수(?)는 돈 때문에 몸이 팔릴 처지가 되었다. 이유는 없다. 걍 돈 때메 팔린다. 한 하윤, 눈알굴리지 마라. 니는 암튼 돈 때메 팔린다. 이때, 우리의 사랑받는 공 모모군이 한하윤을 돈으로 산다. 단, 이 사랑받는 공은 신체조건 180 이상의 건강한 남자. 내 개인적으로는 우락부락한 거 보다 그냥 늘씬한게 좋다. 니가 키가 크니깐, 니 낭군도 킁 ㅑ(‘커야’로 추정됨) 할 거 아이가. 여기까지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을 물론 했다. 돈 때문에 팔려?.. ...이 왠 위험한 시도란 말인가! 그러나 나의 조용한 씨부림에도 상관없이 편지는 계속된다. (계속) 그라니깐, 니 또 입 내밀고 있제? (...헉..역시..무서운 것..) 주디 짤라 삔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 과의 ‘강/시/우/’가 그럴 듯한 외모라고 생각한다. 니도 그리 생각하제? 그 바라...이 누나의 안목이 울마나 좋노.. 안 하겠다고 앙탈 부리지마라...안 하면 알제? ...니는 좇도 없이 그대로 사장될끄다...알제? 너의 과거는 나의 것임을!!... 암튼..그리하여 (뭘 그리하야?) 돈에 팔린 우리의 쥔공 한하윤은 해피엔딩 을 맞이한다. (미치겠다. 과정이 없잖아..과정이.. 아니, 해피엔딩은 그냥 굴러 떨어지나....) “...........-!!!!!!!!” 그렇다. 아무튼, 나는 벌떡.. 이 부분에서 벌떡.. 자리에서 거의 튕기듯 일어나고 말았다. 이 조용한 도서관 웹 자료실에 파장이 일 정도로... 두근 두근.. 그녀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 의도는 개뿔.. 그녀.. 아무 생각없이 사고치고, 막 사는 인생이라 생각 따위는 개뿔도 없겠지만.. 강시우는 나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녀가 잡고 있는 나에 대한 세 가지 약점 중 3하나가 바로 그 녀석이다! !!! 4. 지령을 받는 순간부터해서, 나는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되고 말았 다. 그녀.. 동인녀 초밥유리가 나에 대해 잡고 있는 약점 3가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첫째, 그녀는 내가 남자를 더 좋아한다는 걸 안다. 나는 바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아주 목을 조른다...ㅡㅡ;;; 더군다나....나는 그녀가 너무나 잘 알다시피..(바로 이게 비극이다..) 인생 즐기며 살자 주의다. 가볍다 못해, 바람에도 떠다닐 정도로 좀 방탕하 게 놀며 지냈다. ...그리고 진짜 진짜 진짜 재수없게.. ..그녀에게 딱 걸렸다. 나는 그녀가 미소년을 스토킹 한다는 것을 전혀 몰 랐던 것이다. 아니, 내가 미청년이라는 건 잘 알았지만, 그녀가 설마 스토킹 할 줄은 꿈 에도 몰랐다! 둘째, 이 사실이 가장 중요한 건데.. 나는 또한 수많은 야오이를 즐긴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그래도 많은 수의 남자들이 이 야오계를 즐긴다. 문제는 즐기고 말고의 개인 취향이 아니다. ...그걸 잘 아는 사람, 그것도 사악한 사람에게 들키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나의 몇 가지 실수로 인해, 내가 야오이를 즐긴다는 걸 잘 알고 있 다. ...그리고 목을 두 배로 조른다...ㅡㅡ;;; 셋째, 그리고 나의 방탕한 과거 연인 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군대까지 다녀와서도, 줄곧 짝사랑 하는 졸라 어려운 새끼가 하나 있다. 바로.. ...엄격하기 이를 때 없고, 졸라 진지한 새끼.. ..나보다 한 학번 아래의 강시우다. 가장 큰 약점은 그거다. 강시우와 나를 모두 알고 있는 그녀. 그리고 온갖 알랑방구로 우리 어머니까지 자신의 세계로 흡수한 그녀.. ..사악한 초밥유리 인녀는................. ..그 세가지를 가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 목을 조른다. 질끈. 이 글을 읽고 있을 모든 동인남들에게 엄숙히 알려드린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여자 친구’다. 그것도 뻑하면, 지나가는 미소년이나 미청년들을 보며 침 흘리는 그 여자친 구. 혹은 이 넘과 저 넘을 손가락으로 연결하며 남모르게 음훼훼훼훼.. 웃음 짓 는 그 여자친구. 것도 아니라면, 은근히 자신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며 괜히 다른 남자애가 어떻냐고 속을 떠 보는 그 여자친구.. ...그녀들을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나처럼 코 뚫린 송아지로 묶여 지낼 때가 있는 것이다!!! 바로 나 자신이 그러다가, 그녀에게 ‘딱 걸렸다’. 5. 먼저 이 미션 임파시블(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해야 했다. 일단 강시우 녀석을 찾는 게 급하다. 허허 분주하게 뛰어 다니며, 내가 강시우를 찾아 낸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역시... ..그 반듯하고 멋진 외모와도 버금가게.. 인격과 성격과 인물이 뛰어난 나의 이상형은 도서관에서 정돈된 자세로 책 을 보고 있었다. 살짝 보니 졸라 어려운 ‘양자역학’이다. 역시, 강시우..... ....이 녀석은 날 때부터 천재였던 것이다! ....양자역학은 한 학년 후배인 그에게 아직 도달하기 어려운 학문이었다. 그런데도 버젓히 보고 있다니.. 그는 과연 내 관심을 받을만 하다. ...........라고 써 놓고 보니 졸라 비참하다..ㅡㅡ;; 나도 한 때는 울 동네에서 천재 소리 들으면 자라는데,..씁. “시우야.....” 그래도 나는 녀석의 친한 선배다. 내가 그 동안 녀석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사다 바친 술이 얼마며,... 살다 먹인 밥이 얼마며... 생일이며, 무슨 성탄절마다 공들인 선물이 얼마며... ...그 돈이면, 내 손으로 집을 사도 몇 채 샀겠다. “아, 선배...” 강시우가 얼마나 반듯한 녀석인지 벌써 표가 난다. 이 새끼는 절대 나에게 ‘형’이라고 막 부르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지낸 게 거의 삼년 째이건만,..이 녀석은 곧 죽어도 ‘선배’ 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녀석이 다른 녀석들은 그래도 형이라고 부른다 는 사실이다...ㅡㅡ;; 뭐.. .........나는 그게 나름대로 차별화라고 믿는다. 나를 어려워해서가 아니라.. 그냥 차별화 말이다, 차별화. ... ...낙천가인 나는 그렇게 믿고 살기로 했다...(-_-)v.. (날카로운 이 회심의 브이!)... 일부러 비참해 질 필요 없는 일 아닌가!!! 나는 그의 까맣고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한번 힐끗 바라보다, 이내 곱게 시 선을 접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심하게 두근거린다. “...우...우리....자...잠깐....나가서...이야기...할까..?....” 도서관에서 녀석을 끌어내어, 한적한 뒷 뜰에 섰을 때도 이 넘의 박동은 멈 추지 않는다. 정말 해야 할까, 아닐까를 몇 번이나 망설이며 소심하게 머뭇거린다. 녀석은 잘생기고 단정한 외모로 참을성 있게 뒷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무지 참을성 있게 손가락도 두두둑 꺾고,.. 더더욱 참을성 있게 목도 몇 번 흔들었다. 얼마나 참을성 있는지, 목에서 ‘투두둑’ 뼈 꺽이는 소리가 마구 들렸다. “...선배..5 분이나 지났거든요.” 그리고 나서도 녀석은 역시 인내심 있게 담배를 빼 물었다. 녀석의 발 아래로 담배가 한 5가피 쯤 쌓여 간다..... 담배마저 인내심이 깊다! 그러나.. 인간 한하윤이 또 어떤 인간인가! 그럼에도 역시 뜬금없이 날씨 이야기며, 학점 이야기만 꺼내는 바보 같은 인간 아닌가! ...나의 미모는 다 어디로 갔을까.. 동인녀 초밥이가 있었다면, 땅을 치며 비웃겠지... “저기..시우야...?....”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계속 주저하자, 인내심 좋은 녀석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냥 손가락 만 가볍게 우두둑 거렸다. 그리고는 뜰에 전시되어 있는 영화판을 들여다보며, 무심하게 중얼거린다. “영화나 보러갈까요?” “....................” “...이중간섭....어때요?” 6. 결국에는 말 한마디 못 꺼내고 영화관으로 향해야 했다. 이름하야, ‘이중간섭’. 한석구, 고소용 주연의 그 유명한 영화 이중간섭을 보면서도... ...그러나 나는 털끝 만큼도 집중할 수 없었다. 오직 시선은, 녀석의 미끈한 옆 모습과 짙은 눈썹, 뚜렷하고 붉은 입술.. 아름답고 차분하게 생긴 그 날카로움에만 매혹당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까지, 그 심미적인 외모에 도취되어 끝까지 어질 어 질하다. ..사랑에 빠진 자들.. ..이래서 세상 집중해 살아가기 힘들다. “..아, 잘 봤다.” 무려, 거금 만 사천원의 이 인분 영화표를 낸 나는, 그러나 영화 내용은 전 혀 기억치 못한다. 나는 내 눈 앞에 알짱거리는 초밥유리인 듯한 그녀만을 심하게 노려보았다. 물론 시우에게 들키지 않게 말이다. 시우 녀석은 하늘을 유유히 노려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반면에 초밥유리는 머리에 금박무늬 보자기를 두르고, 숙면안대 처럼 생긴 이상한 썬글라스를 끼고 저 쪽 기둥 뒤에 숨어 있었다. 집중하자, 집중... 나는 시우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다시 집중하기 위해 짧게 기침을 한다. “고소용, 정말 이쁘지 않아요?” “..-!!!!” 두둥... 그렇다. 고소용은 녀석의 이상형이라고 누누이 들어왔다 “하윤이 선배?”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는 나를 보며, 녀석이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근처 take out 커피 점에서 에스프레소를 두 개 사오며, 녀석은 의아한 표 정이다. 저 take out 점에서 커피를 파는 녀석이 바로 민세현이라는 녀석이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잠시 반짝 반했던 그 윤정혁이라는 인간. 그 인간은 나의 순정을 모르는 채, 민세현이라는 인간에게로 떠났다. .....알고 갔으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았을 거다. 왜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하고는 인연이 항상 없는 걸까. ......역시 이렇게 적고 보니 비참하다. 이중간섭을 볼 때부터 별로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는데, 역시나 비참하다. “아참...초밥이 누나는 잘 지내고 계세요? 요새 잘 안 보이시던데......... 하윤이 선배랑 친하잖아요?“ ...여기서 또 왜 난데없는 인녀 이야기란 말인가. 가뜩이나 임무 수행에 열이 나는 이 판국에 말이다. 초밥유리 , 저기에 있다. 아마 그녀가 하도 요란하게 변장을 한 탓에 오히 려 시우의 눈에는 띄지 않는 모양이다. 이 거리의 모두가 그녀를 낄낄 거리며 지나가는데도 말이다. 나는 녀석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며, 계속 밍기적 거렸다. 주머니 안으로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고, 움찔거리는 손가락 사이마다 지폐 가 자꾸 걸리적거린다. 웬 지폐냐구..?.. .....인녀가 엄숙히 명령내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내 계략이다. 그녀가 사사건건 감시하고 있으니 어서 저 새우만한 시야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또 초밥은 오늘 밤 나에게 전화할 것이다. ‘어머니는 잘 계시니?’..라고... “시...시우야!!...” 급기야 나는 돈뭉치를 꽉 쥐고 애닮을 정도로 녀석을 급히 부른다. 담배를 입에 물고 take out의 민세현을 지그시 노려보던 녀석이 나를 향해 고개 돌렸다. 어딘가 의아한 듯, 짙고 잘생긴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한가지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제발 통해라! 제발 통해라! 제발!!!!! 치키 치키 차카 차카 초코 초코 촉! “자!!! 시우야..자..이거 받아..” 그리고는 덥썩- 내가 준비한 비장의 50만원을 건넨다. 서늘한 저녁 바람이 녀석의 이마에 부딪친다. 녀석은 돈다발에 단단히 놀란 눈치다. “....선배.........?...” 녀석이 놀란 틈을 노려야 한다. 나는 재빨리 녀석에게 지폐다발을 쥐어주며, 양손을 꽉 잡았다. 마치 절절 한 비장의 다짐을 받듯 말이다. “...자, 시우야. 이걸로 날 사라!” 자..커먼! 커몬 베이붸!! ..자, 덤벼, 덤벼!..이래야 우리는 해방 될 수 있다니깐!!! “..하지만 선배.........” 녀석은 역시 놀랜 거다. 놀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긴 나라도 입장 바꿔 보면 놀랬을 것 이다. 백번 이해간다. 그러나 그만큼 나도 다급하다. “..시우야!...” “하지만, 선배!...........” 플리즈! 돈이 액수가 작니? 아니면, 뭐 마음에 안 드는게 있어? 걍 대충 져주는 척 해 다오. 제발!!!! “하지만..선배... ...두루마리 화장지 가지고 어떻게 선배를 사요?... 그리고 왠 두루마리?........ 혹시.......선배 변비 걸렸어요?“ “..........-!!!!!!!!!!!!!!” 헛.. ..잘 못 꺼냈다. 그러니깐.... “어쩐지..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았어요. 같이 약국이나 갈까요?“ ......그러니깐, 왼쪽이 화장지, 오른쪽이 돈. 내가 시우에게 준 건 왼쪽 손으로 덥썩. 화장지 화장지.. 그러니깐.. ...두루마리 화장지. 신세대용 나비랑 꽃도 그려져 있고 김소월 시인의 ‘ 진달래 꽃’이 새겨진 화장지.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씨바. 나는 바보다. 그대로 약국으로 질질질 끌려가야 했다. 시우는 역시 그 딥따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 두 통의 약을 사 와서는 내 주 머니 안에 차분히 넣어 주었다. ..그 순간까지 멍해진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오른 쪽 돈, 왼 쪽이 화장지. 무려 김소월님의 시가 적혀 있는 비싼 두루마리 화장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허이! 7. 역시 메일을 까 봐야 하는데,.. 긴장으로 손끝이 부들 부들 떨린다. 이제 이틀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 초밥유리가 알면 난리가 날 건데.. 너 때문에 창작의욕과 집필(?..웬 집필??..) 의욕이 무너진다느니.. 엄마는 요새 잘 지내시냐느니..(왜 남의 어머니는..ㅜ ㅜ ......) 시우를 조금 전에 봤다느니.. ...아아..내 인생의 서광은 이리도 먼 것이었나. 후우.. 나는 한숨을 푹 쉰 채, 도서관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의 뒷통수를 노려보았다. 초밥유리는 또 여전히 룰루 랄라 놀러 나갔을 것이고,... 아마 집에서 보다는 도서관 웹자료실에서 인터넷을 뒤지는 게 취미인 나로 보건데.. 이제 바야흐로 그녀에게 온 두번째 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덜커덩.. 조금 삐뚤한 의자를 잘 당겨 앉으며, 나는 초밥유리에게서 온 메일을 마침 내 포기했다. 담은 하루라도 기분 좋게 지내고 싶었다. 메일을 읽는 순간부터 내 컨디션이 극악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나는 어제 밤까지 읽다가 만 야오이 소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찰칵- 가벼운 마우스질이 끝나자, 어제 밤에 내가 중간까지 읽던 그 재미있 다던..- 용광로 -님의 소설이 떠오른 것이다. 제목하야, ‘뼈와 살이 불타는 밤’. 나는 ‘용광로’님의 ‘뼈와 살이 불타는 밤’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용광로 님은 천재다, 천재! 어찌 그리 감수성 절절한 글과 적절한 씬과 스토리 구성.. 초밥유리는 제발 용광로 님의 글 좀 읽고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두근 두근.. 이 기분을 누가 아랴. 연재 중에 다음 편이 제목이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는 이 기분! 조회수 1에서 10..바로 그 사이에 들어가는 따끈 따끈한 글을 읽는 이 기분 ! 모두가 동경해 마지않는 용광로 님의 글을 직접 읽는 이 기분! 내 눈동자는 1초당 5글자의 속도를 무난히 자랑하며, 재빠르게 문장을 따라 간다. ... 공개적인 장소에서 몰래 야오이를 읽는 이 희열은 쾌감의 일부분이다! <뼈와 살이 불타는 밤 - 21> - 작자 : 용광로 그토록 볼품없던 그 녀석이 한 순간에 달라 보이는 것이다. 상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뽀얀 목덜미 위로 전에 없던 색기가 한 웅큼 맺혀져 갑자기 시선을 사로잡 는다. 일순간 녀석의 하얀 목 섬 위에 이빨을 드러내고 삼키고 싶은 기분이 들었 다. 입 안으로 침이 고인다. 이 녀석은 남자다. 수백번을 해골 위로 고민해 보아도 역시 억제 불가능이 다. 상도는 마치 자신이 인간 이하가 된 감정을 동시에 끌어안아야 했다. 누군 가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가 그토록 대작가 용광로 님의 ‘뼈와 살이 타는 밤’에 몰두하는 순간.. . “선배 뭐해요?” 쿠당탕- ..역시 처음부터 뒤뚱이던 의자가 문제였던가. 가뜩이나 많은 사람이 앉아서 삐그덕 거리던 망할 의자가 문제였던가! 나는 내 등뒤로 갑자기 머리를 밀어 댄 사람 탓에 그만 의자 채 옆으로 넘 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 등뒤에서 갑자기 얼굴을 들이 민 그 녀석이.. ...........소리 내어 글의 나머지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상도는 마치 자신이 인간 이하가 된 감정을 동시에 끌어안아야 했다. 누군가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그렇게 빠르게 손을 내민 것은 처음이었다. “ “그..그만해..강시우..!!” “냉혈한 인간 감상도가 바로 허름한 인간 추천수를 향해서 손을 뻗은 것이 다. 휙- 하고 한 순간에 상도는 천수의 바지를 벗겨 버렸다. 이미 조금 전의 희 롱으로 달아오른 천수의 페니스를 탄탄한 손바닥으로 움켜쥔다. 그리고는 서둘러 자신의 같 은 것도 꺼내어.. “ “야아...-!!” “........음...............서둘러..자신의 ‘같은’것도 꺼낸단 말이지.. .음... ...‘같은 것’ 이란 말이지...” ...바로 ‘뼈와 살이 타는 밤’을 아무렇지도 않게 쭉- 읽어 나가는 이 인 간. 소리 내어 읽는 이 인간!! “음..그리고.. 옷이 한 꺼번에 쫘악- 벗겨진단 말이죠..?.. 근데..선배.. ...와..선배 이건 좀 심하다.. ..이게 동시에 같이 꺼내져요? 이렇게 빨리 행동할 수 있나, 사람이? 그러니깐, 냉혈한 감상도의 속도가 18m/s 라고 치고, 허름한 천수의 행동 속도가 8m/s 라고 치면..“ ..라고 덧붙이기까지 하는 이 인간. 아무런 표정도 없이 진지하기 짝이 없게 조금 미간을 찌푸리는 녀석은 정말 ‘공수가 모두 다 같이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읽던 글에 문득 침범하여 나를 어버버 거리게 만든 이 인간이 바 로 강시우 녀석이다. 8.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를 두 잔 뽑아오며, 내 앞에 내밀었건만... 보통 같으면 희색이 만면해야 할 찰나에 나는 거의 숨도 못 쉬고 있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빈다..라는 것이 바로 이 느낌이다. “시...시우야....” 뭐라고 빨리 둘러 대야 한다. 초밥유리의 이름을 팔든, 아니면 ‘성의 과학’ 리포트 용이라고 둘러대든 (우리 엄마에게 골백번도 써 먹은 바로 그 수법..ㅡㅡ;...)...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펼쳐 놓은 페이지를 읽었다고 이야기하든! ..뭐라고 말해야 벗어날 수 있다. 제기랄!!!! 미치겠다, 정말.. 어쩌자고 그렇게 열심히 읽었을까!!!!!!!!!!!! 망할!!!!!! 그것도 결정적으로 그 부분에서!!!!!!!!!!! “..뭐, 취향은 다양한 거니깐요..” 시우는 담배를 문 채, 라이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그리고는 담배를 문 이 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툭-하고 내던졌다. ..이 순간의 이 식은땀 삐질 삐질.. ..아니, 그보다 더 심한 자기 혐오를 어떻게 이겨야 한단 말인가! 나는 내가 야오이를 읽는다고 얼마든지 말 할 수 있다. 그게 인간 강시우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게 우리 어머니만 아니라면 말이다! ..이게 다 초밥 때문이다, 초밥! “...그게..그게.....” “선배가 나에게 두루마리 휴지 내민 것도 그 때문인가요?” ...아니..강시우.. 휴지에 뭔 그렇게 거창한 뜻이 있겠니.... ..말해 놓고 나니 뭔가 거창한 뜻이 있는 것도 같지만.. 아무튼-!!! .....제발 ....더 이상 오해하지는.......... “하긴....내가 고소용이 취향이면, 선배는 한석구가 취향일 수도 있는 거 죠, 뭐.”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라고.. 난 한석구 취향 아냐, 아냐, 아냐,.. 아아..이 소리없는 절규여!!!!.........ㅜㅜ... 사람 더 비참해 지기 전에, 휴학해야 겠다. “...그게 사실은 초밥이가...........” “초밥이 누나가 한 말이 사실이었군요...선배.” 이놈의 썩을 초밥이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미치겠다.. 나는 정말 한 여름 냉면에 나온 겨자를 한 큰 술, 10온스 가량 더 삼킨 기 분이었다. 야오이는 야오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초밥이랑 나랑 정말 재미있게 살라고 그 장난을 친 건 맞지만, 이 녀석에 대해서만은 나도 진심이었다. 하민혁이, 김철진이, 윤정혁이..제준우.. 그 무수한 녀석들에게 마음 한 번 못 비취고 떠나보낸 것도 후회되거늘.. ...이제는 이 녀석까지.. “....하윤이 선배....” “....................;;;” “.....선배 취향까지 뭐라고 하진 못하지만..” “......................” “.......하시더라도 진지하게 하세요. 저는 가벼운 건 못 참습니다.” ...갈수록 태산이다. 정말 휴학해야겠다. 9. 괜히 그 날 밤 엄마에게 나를 왜 고소용처럼 낳지 않았냐고 투정부렸다. 그리고 휴학하겠다고 덤볐다. 결과는 뻔하다. 초밥과 비슷한 노하우를 가지신 우리 엄마.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쓱- 노려보시더니, 주방에서 커다란 요리용 가위를 가 지고 오셨다. 그리고는 엄숙하게 한 마디 하셨다. ‘꺼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싹싹 빌면서 등짝만 오지게 얻어터졌다. 욕실용 슬리퍼에 맞는 기분이란..정말.. 등에 욕실용 슬리퍼 파도 무늬 새겨질 때의 그 난감한 기분이란... 내 빗살무늬 등이여!!!!! ‘이 눔의 시끼가, 오지게 배 아파서 낳아 줬더니 머가 우짜고 우째? 그래, 니랑 내랑 이제 끝을 보자, 한 하윤이.. 한 씨 집안의 멀쩡한 사내 시끼가 뭐시가 어째? 고쇼용이를 닮아? 이런 지랄 문디 자식을 봤나..‘ ‘엄마....잘못... 고쇼용이 아니고 고소용이......’ ‘닥치라, 이 시꺄!!! 니 나이가 몇 갠데 아직 그 지랄이고? 그래, 함 해보자, 이 시꺄. 불 끄라.‘ ‘엄마...엉엉...잘못했어요...’ ‘소용음따! 불끄라! 내는 떡을 쓸게, 니는...(이하생략)‘ 글쎄, 이제는 머리가 아파서 모르겠다. 우리 엄마가 말은 그렇게 해도 정말은 내가 수술이라도 하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면,..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걸 잘 안다. 하긴.. 예쁜 아들을 둔 엄마는 이십 년 넘게 마음 고생 혼자 다 하셨던 거다. ......라고는 해도 정말 너무한 거다. 진심으로 한 말도 아니고 그냥 투정이었는데... 한바탕 눈물 콧물 짜는 생쑈.. 그러니깐, 대한민국의 건장한 육군 병장 출신으로 제대한 나도 눈물 다 짜 는 신파쇼를 엄마와 벌이고.. 겨우 겨우 엄마를 말린 후에 컴퓨터를 컸다. 그리고 먼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용광로 님에게 한통의 메일을 적었다. 먼저 내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일단 노트에 몇 자 갈긴다. 이른바 완 벽한 통신체를 구사하기 위한 나만의 필수한 노하우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메일을 날렸다. <용광로 님께> 용광로 님, 안녕하세염! 저는 용광로 님의 글을 무지 잼있게 읽고 있는 독자여욤! 용광로 님은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세염?..ㅋㄷㅋㄷ... 그나 저나 큰 일이예염. 용광로 님의 글을 읽다가 제 남친에게 들켰지 머예염..(/ㅜㅜ)/ 제 남친 이름은 강시우예염. 이름만큼 멋지닥꾸리 해염! 암튼.. 제 남친은 제가 그 글을 읽는 걸 이해 못하겠데염. 어떻게 해야 할까염... 우리들의 절절한 사랑을 위해, 당분간은 잘 못 읽을 거 같아염. 그래도, 용광로 님! 잊지 말고 계속 잼있게 써 주세여~ 담에 양지에서 뵐 날이 있겠져.. 그럼...빠이~... 추신 ) 용광로 님! 근데 용광로 님의 대작 ‘뼈와 살이 타는 밤’은 언제 완결 나나여? ㅋㅋㅋ...완결 나면 몰래 가서 읽으라구염! 야오이 만만쉐! 천천하 만쉐! 나의 이 현란한 통신체는 무릇 위장용이다. 자세한 내용을 알리고 싶었으나, 내가 동인남이라는 것과,.. 그리고 실은 강시우가 내 남친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스무 살이 훨씬 넘었다는 것.. 혹은 군대까지 잘 다녀왔다는 것을 비밀리에 하기 위한 나의 엄청난 위장술 이다. 아마도.. 나는 누군가에게는 이 비밀들을 죄다 털어 놓고 싶은 감정에 사로잡힌 것이 다. 그만큼 머리 속이 아둔한 아우라로 판을 치고 있었고.. 그리고 평소 즐겨 보고 흠모하던 작가 용광로님이야 말로 나에게는 적격의 상대였다. ..얼굴이 안 보이니깐, 상대가 나에 대해 알리 만무하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해 준다. 10. 그리고는 털래 털래.. 다음 날 잠을 못자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는 학교를 향했다. 학교에서 마주시고 싶지 않은 두 사람.. 즉 아무 할 일없이 미소년 구경을 위해 학교에 죽치고 있는 초밥과 또한 공 부에 열 올리고 있을 시우. ..둘 다 안 만나고 싶다. 아니, 못 만나는 게 옳다. 일단 시우를 만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절대 도서관 근처를 어른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이 시험기간이건 뭐건 상관없다. 어차피 도서관에 있다고 한들 내가 공부를 할만한 위인도 아닌 것이다. ..다만, 문제는 초밥을 만나지 않으려면 어디로 튀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 실 뿐. ...라고 생각하는 순간, 딱 초밥과 마주쳤다. “.........여어, 내 시끼.....” .......내가 왜 니 시끼냐... “...어머니는 잘 계시고?...” ..........가장 듣기 싫은 저 한마디. “왜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냐, 내 시끼...” “...초밥아...” “..앙?.” 앙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앙. “이제 포기해라. 이번에는 도저히 못 하겠다.“ “씨푸아!!!!!!!!!!!” 씨푸아란 흔히들 하는 욕설에서 조금 파편이 많이 튀는 것으로 생각하며 된 다. 암튼, 여기나 저기나 난공불락이다. 사람이 아무리 수를 써도 안되는 게 있다. “한 하윤!” “........왜?..” “이 개쉑! 안 되면 약이라도 쓰라! 엉! 안되면 되게 하란 말이다, 이 쉬팔넘아!”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초밥. 말 끝마다 욕이다, 젠장할... 약이 어딨냐..이것아.. 있어봤자 변비약 밖에 없는데.... “야, 한하윤. 이학전자 노트나 내놔라.” “..노트는 왜?” “이 시끼가 어디서 말 댓구야? 누님이 시험 공부하는데 쓸라고 한다, 왜!! 니가 공부는 좇나 안 해도 필기 하나는 잘 하잖아, 이 새꺄!!!!!“ 대답할 기운도 없다. 나는 맥없이 고개를 젖고 타박 타박 강의실로 향했다. 물론 사물함 열쇠를 아예 초밥이에게 주고 말이다. 등 뒤에서 웬 초밥 하나가 미친 듯이 웃어젖힌다. ..확.. 간장 부어 버릴라... 11.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하루가 흘렀다. 한숨만 깊어진다. 두루마리 휴지와 화장지.. 고소용이 될 수도 없는 나와, 하필이면 진지하게 좋다는 내 짝사랑 일편단 심 강시우. ...첩첩산중, 진퇴양난, 난공불락, 암중모색, 음담패설..아..이거 아니다. 음담패설은 내가 좋아하는 고사성어(?)다. 아무튼, 이제 하루만이 남았다는 절박함으로 인해, 나는 거의 실신할 지경 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작가 ‘용광로’ 님에게는 답장이 없다. 슬프다. 나는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그 좌절에 빠진 상태로 오후 4시에 있는 실험 시간을 빠질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좌절에는 ‘졸업’이라는 엄청난 과제도 남겨졌기 때문이다. 물리학과에서 실험은 2학점이지만, 그래도 4학년 때까지 내도록 들어야 하 는 과목이다. 시험이 없는 대신에 리포트가 빡빡하기로 유명하고, 알맞은 실험 결과가 나 올 때까지는 죽어라 실험실에서 버텨야 한다. 실험 기구를 셋팅하는 일이 오라지게 힘들었기 때문에,.. 과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그 날 실험은 그 날 끝내려 애썼다. 심지어는 밤을 꼴딱 넘기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시간표에는 4시간 짜리로 기록되어 있지만, 왠걸... 어지간한 실험은 12시간 정도 걸리는 대 과업 중에 하나다. 그나마, 나처럼 땡땡이치고 졸업이 힘든 놈들은 2학점 짜리 이 실험에도 목 숨걸어야 한다. 우어어어어엉..슬프다. “어이~ 하윤이 왔냐?” 실험실에 들어서는 순간, 실험 조교를 맡은 대학원 선배가 등을 살짝 때린 다. 그래도 반갑지 않다. 우어어어엉..강시우. 우어어어어엉 용광로. 초밥이는 없어져랏!!!! “오늘 김초밥양이 실험 시간에 결석한 관계로...” 그래, 그래. 김밥이는 없어져라. 김밥이는 결석이고.. “하윤이는 시우랑 파트너로 해야 겠다. 원래 시우가 초밥이랑 파트너인데. .” 그래, 그래. 난 대충하고 튀어야지. “..그럼 시우랑 둘이 제 2차 실험 결과 리포트를 같이 내도록!” 그래, 그.. 잠깐!!!!!!!!!!!! 웨이러 미닛!!!!!!!!!!!! ....뭐? 잠깐만.. 지금 내가 뭐라고 들은 거야? “..조교님!!”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실험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서 혼자 망연자실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교가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깐.. 김밥이가 아니라 초밥이가 결석한거다. 강시우의 실험 파트너 김초밥이가 결석했고, 그래서..........홀로 남겨진 시우는............. “자, 선배. 저는 실험도 하드한 게 좋습니다.“ .........이틀 동안 슬금 슬금 피해다니던 강시우가 옆으로 천천히 걸어왔 다. ..엿됐다. 하드한 실험이라니.. 그것도 강시우와 말이다. “이번 실험은 ‘빛의 회절과 산란’ 입니다. 선배님과 저는 저 쪽 암실에서 둘이만 실험하면 됩니다.“ ..........것도 암실에서!!!! 아웅..엿됐다. 심하게 꼬불락거리는 엿가락..흐믈 흐믈. ********************** 안절부절..낑낑.. 말 그대로 나는 눈치를 있는대로 살피며 시우의 옆모습을 힐끔거렸다. 녀석은 그날 ‘용광로’님의 글을 읽은 날 이후로도 별로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녀석의 한마디가 귓가에 웅웅거린다. ‘선배의 취향까지는 뭐라고 못하지만..하시더라도 진지한 게 좋습니다, 저 는.’ ...차라리 나에게 알을 낳으라고 해라. 나는 진지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 말이다. 천성이 가벼운 바람둥인 걸 어쩌란 말인가.. 그나마 내 순정은 니가 다 가져갔거늘!!!..너만큼이나 오래 바라본 사람도 없거늘!!! “선배님, 거기 +단자랑 - 단자랑 잘못 꽂혔습니다. 다시 꽂아주세요.” 졸라 엄격한 저 목소리. 가뜩이나 광학(빛을 연구하는 학문) 실험이라서 실험실도 어두컴컴한 암실 같은데, 저렇게 냉정하게 말할 필요 있나. 퉤퉤. 그래도 별 수 있나. 얌전하게 다시 바꿔 꽂아야지. “선배님이 카메라로 찍어주세요. 제가 여기서 레이저를 쏘겠습니다. 거울에 반사해서 편광판에 산란을 일으킬 때 주의해서 찍어주십쇼. ” 그래, 그래.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쒸파.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있어? 앙!? “그런 글이 좋으세요?” 한 4시간 쯤 흘렀을까? 저녁 8시나 됐으니, 실험이 끝난 운 좋은 인간들은 빨리 나갔을 것이다. 재수없이 산란과 회절 실험하는 우리만 여기 남았을 터.. 한동안 말없이 철컥 철컥 실험기구 소리만 나는 암실에서 녀석이 문득 고개 를 들었다. ..그런 글?.. ..아, 그래 이제 말 하겠다, 이거지..강시우.. 사람 민망하게 그렇게 왜 대뜸 묻냐, 이 새꺄!!!!!!!!!!! “곤란합니다, 선배.” 그때서야 생각난 듯한 내 눈빛에 시우가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매사에 저렇게 진지하고 엄격하니깐 내가 쪼는 거다. 야오이 좀 좋아하면 안되나.. 그게 무슨 큰 문제라고.. 씨바, 졸라 무섭게 야룬다. ....난 한석구 아냐, 한석구 취향 아냐!!! (...사실은 아무 상관없다...) “선배님은 왜 모든 게 그렇게 가볍습니까?” “.......야!!”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야오이 읽는다고 다 가볍냐? 그 쯤에서 불쑥- 오래전에 주머니에 구깃 구깃 넣어둔 나의 자존심이 머리를 들었다. 얼마나 재미있는 야오이가 많은데!! 얼마나 좋은데!! ...안 읽어본 게 별 시비를 다 건다, 진짜!!!!!!!!!! “야, 강시우! 읽어보면 괜찮은 글도 많아, 이 새꺄!!!!!!!!!!!!“ “......이게...괜찮은 글입니까?” 팔락 팔락.. 내가 오랜만에 녀석에게 좀 소리를 지르겠다는데.. 녀석은 다시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가방에서 A4 용지 몇 장을 꺼 내 팔락 팔락 거린다. 내 눈 앞에서. 녀석의 표정이 얼마나 엄숙했는지...처음에는 무슨 실험 메뉴얼이나 리포트 인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녀석은 곧 캄캄한 암실에서 그 종이들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이게 선배가 읽던 그 글을 프린트 해 온 내용입니다. 제가 한번 읽어 볼까요? - 상도는 천수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 급작스러운 행동에 고개를 돌리려 던 천수도 잠시, 곧 격렬한 입맞춤에 사로잡혀 버리고 만다. 움찔거리는 혀 뿌리를 잡아 거두며, 상도는 녀석의 허리 아래 로 손을 떨어 뜨린다. 바지 안으로 밀어 넣어,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다. 거친 손바닥 안으로 음낭을 굴리며, 천천히 더 아 래 쪽으로...-“ “...야!..그..그만해!!!..........” 저 지독한 것!!!! 아무리 내가 이해가 안가도 그렇지.. 그걸 죄다 프린트 해서 들고 왔냐, 이 새꺄.....!!! 시바....... 남들은 로또복권으로 인생역전한다는데.. 나는 인생역행하는구나. 미치겠다, 정말. 사람 환장하겠네...정말.. “왜요, 좋아하신다고 하셨잖아요? - 상도의 것으로 궤뚫린 채, 천수는 불쌍할 정도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상 도가 녀석의 귀두를 손으로 쓸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앙...’이라고 짧고 민망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둘러 피스톤 질을 가하자, 천수는....-“ “그만 좀 해!!!!!!!!!!!” 버럭!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젓고 재빨리 문 쪽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달칵 달칵.. 정말 못 참고 기세 좋게 나가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문이.. 문이..안 열린다....!!!!!!! 이 왠 코메디 인가!!!!!!!!!!!!!!!! “잠겼군요. 수위 아저씨가 밖에서 잠그신 거 같습니다. 내일 아침까지는 못 나가요.” ..좇됐다!!!!!!!!!!!!! ***********************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나는 소리 높여 나를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래, 덤벼라 덤벼! 일주일 내에 로맨스는 무슨 얼어죽을 로맨스. 이 기회에 완전히 서로 떡되자. ..방앗간 한하윤! “니 말대로 취향 차이라며? 읽을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지 니가 왜 난 리냐!!!” “진지하지 않으니깐요.” “이게 왜 안 진지해, 이 십새야... 눈 뜨고 봐라, 이 새꺄..여기 내가 줄 긋는 부분...“ ...이게 왠 한 밤의 소동인가. 그러나 이미 광폭 열혈 흥분 상태로 돌입한 나는 전에 없이 진지하게 야오 이 글을 밑줄 그어가며 바락 바락 대들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진 거다. “봐라, 여기.. - 혀 뿌리까지 삼키는 듯한 격한 키스. 상도는 잔뜩 농락당한 천수의 입 안 으로 타액을 가득 보낸다. 이미 자신의 아랫도리에서 뻐근한 욕구가 넘실거렸다. ‘내 것으로 하고 싶다’라는 짐 승의 욕망은 그를 친구에서 사내로 전락시킨 것이다.- ..봐라, 이 문장. 내가 친절하게 줄까지 그어 놨지? 너는 키스 해봤냐, 해 봤어? 정말 이렇단 말야, 이 새꺄...이게 왜 안 진지해!!!!!!!“ 진지해...십새야. 너처럼 무겁게 살다간 언젠가 가라앉을 거다. 뾰로로로롱... 이게 왜 남의 취미 생활까지 다 싸잡아 욕하는거야.. 이미 나는 전의에 불타 올라 초밥의 지령이고 뭐고 다 잊어 버렸다. 내, 야오이 합법화는 못 만들어도, 합리화는 만든다, 이 눔의 시끼........ .......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머가 말이 안돼!! 남자들끼리는 안지도 못 하냐, 이 시꺄!!!!!! 남자건 여자건 감정이 동하고 원하는 곳을 만져주면 흥분한다고, 이 넘의 시꺄!!!!!!!!!” 이미 우리는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다. 어두운 암실에 실험 용 스탠드에 겨우 의존하며, 야오이를 A4용지로 잔뜩 뽑아서 밑줄까지 그으며 설전.. 정말 말그대로 뜨거운 키스도 아니고 설전..혀들의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건장하고 아름답고 이쁜 남자 둘 이서 참.. ..이게 왠 짓인가, 정말!!!!!!!!!!!!!!!!!! 아우, 짜증나!!!! “그럼, 여기는요?” 이미 목덜미까지 붉어진 내 말에 기가 막힌 듯, 시우는 이내 다른 페이지의 문장을 꺼내들며 따지기 시작했다... 사람 환장하겠다. 벌써 2시간 째다!!!!!!!!!!! “여기요, 선배. - 마치 한 알의 유리를 품듯, 상도는 뾰족하게 달아오른 천수의 유두를 혀 로 굴렸다. 한번 쓸어올리고, 사포처럼 거친 혀로 덮을 때마다, 들려진 천수의 턱이 부 들거린다. 바르르 떨리는 가슴 어귀의 진동으로 녀석이 고양이처럼 매콤한 쾌감으로 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문장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런 걸로 쾌감을 느끼는 천수도 이상하고, 이걸 하면서 같이 흥분된다는 상도도 이상한 녀석 아닙니까!!“ “거 미치겠네, 이 새끼가... 말 돼지, 이 십새야! 해 봐, 해 보면 알거아냐!!!!!!!!!!!“ ..내가 미쳤지. ..완전히 돌아버렸지. 그 상황에서 번쩍- 스웨터를 들추고 맨 가슴을 드러내다니... “좋습니다, 해 보죠. 저는 과학만 믿습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지 마세요.“ 그리고는 불쑥- 나는 내가 무슨 일을 벌렸는가 깨닫기도 전에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고고하게 실험실에 틀어박혀 야오이를 비장하게 연구한 거 까지는 좋았다. 둘이서 취향이네 어쩌네..라고 떠드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아뿔사.. ...이거야 말로 좇됐다. 이게 뭔가... ....내가 왜 내 무덤을 파고 있지? “....십새꺄, 좀 살살해!!!!!!!” 또한 이 녀석은 조각처럼 생긴 아름다운 외모와는 다르게 왜 이리도 힘이 천하장사인가? 안 그래도 아무런 감흥없이 들이댔는데, 갑자기 물어뜯듯 가슴팍에 매달리 면 내가 무슨 소주병이냐? 너 지금 소주병 빠냐? 뻑뻑뻑.. 니가 지금 빠는 건 담배가 아니란 말야, 이 개새꺄!!!!!!!!!!!!!!! 그 때였다. “...살살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파묻은 채, 시우가 낮게 말했다. 그 제서야 훅- 하고 갑자기 정신이 화딱 깨고 만다. ....어라..이거 아닌데................ “.........야...야..강시우...............” 급기야 코너에 몰린 내가 녀석의 머리를 쥐어뜯듯 걷어 내려 애쓴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나.. 녀석은 뭔가 신기한 걸 관찰하듯 이미 한 쪽 젖꼭지를 손바닥으로 쓸어 내 린다. 글 속에 나온 그대로, 사포같이 거칠한 혀바닥이 나머지 하나의 가슴 돌귀 를 와락 입속에 삼킨다. 갑자기 핫- 하는 짧은 비명이 내게서 흘러나왔다. 놀란 까닭에 재빨리 손을 가져가 입을 가린다. “정말 느끼셨습니까?” 그런 거 묻지 마, 이 시밸 놈아... 느꼈다고 말해도 좇되는 거고, 안 느꼈다고 말해도 좇되는 거다. “..그럼, 나머지도...” 녀석은 뭔가 재미있다는 듯 순간적으로 빙긋이 웃었다. 내 손으로 끌어올린 스웨터를 내리지도 못하고 바둥거린다. 아니, 사실은 갑자기 녀석이 손을 뻗어서 내 목 너머로 옷을 벗겨낸 것이다 . 짜릿- ..숨이 막힐 만큼 강한 전류가 쇄골에서 목덜미로 천천히 이어졌다. 자신의 타액에 젖은 유두를 만지작 거린 채, 녀석이 나른하게 쇄골선을 따 라 혀로 더듬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야...아야.. ........이 새꺄.......그만...............좀............” 못말리는 비음을 필사적으로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내게, 녀석은 그대로 혀를 굴려 턱으로 옮겼다. 아우........라고 짧은 신음이 튀어 나오기도 전에 입술이 확 겹친다. ‘혀 뿌리까지 삼키는 듯한 격한 키스.’라고 대작가 용광로가 말했다. 그 말이 맞다. “으응....응..............”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면, 씹히고, 또 꺼내려다가 씹히고.. 인간 한 하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막 씹히듯이 키스 당한다.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쥐어 올리고, 억지로 치켜 든 턱이 교묘하게 각도를 바꿔가며 녀석에게 희롱당했다. 이렇게 거친 놈은 처음이다, 씨배랄.. 이 새끼, 죽여주게 키스 해 대는 게 이거 한 두번이 아니잖아!!!!!!!!!!! 뭐???...진지한게 좋아?..진지하고 무거운 녀석이 하는 거 치고는 너무 잘 하잖아..이 씨밸 놈아.... ..그래도 뻑갈 것 같다. 미치겠다. 겨우 겨우 실험실 책상위에 앉은 나는 두 다리 사이에 침입한 녀석의 몸 때 문에 빠져나가지도 못한다. 그저 내지를 수 있는 것은, 그 저속한 두 단어..‘으응’뿐이다!!!! “.......아..........”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울 때야 겨우 녀석이 물러났다. ..시..실험인가..?..라는 아찔함도 잠시.. 멍하니 벌린 내 입에서 흘러 내린 타액 한방울을 녀석이 손가락으로 쓸어낸 다. 위태롭게 걸린 호흡을 간신히 할딱거리며, 순간적으로 녀석의 탄탄한 가슴 을 확- 밀어냈다. ...안 돼... 그러나 녀석은 잠시 목이 잠긴 듯, 기침을 한번 하며, 다시 흐트러진 종이 를 주워 들었다. 목이 꽉 막힌 바람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벌린 내게 녀석은 눈썹을 한 쪽으로 쓱- 밀어 올리며 나머지 부분을 읽고 있었다. “여기도 빨간 줄 긋죠, 선배? -거칠게 녀석의 애널을 향해 삽입한다. 한번 빠졌다가 나올 때마다 색기 가 득한 비명이 호텔을 울려댄다. 다른 사람 보다 배로 굵은 상도의 페니스에 녀석의 점막이 움찔거리며 확장하고 수축....” 그만!!!!!!!!!!!!!!!!!!!!!!!!!!! *********************** 왜!!!!!!!!!! 왜!!!!!!!!!!!! 왜!!!!!!!!!!!!! 어째서!!!!!!!!!!!!!! “..아아...................아....안........돼.......” 왜 내 꼴이 이렇게 되었는가!!!!!!!!! “좀 더 벌려 볼게요, 선배. 저는 확인되지 않은 건... ..안 믿습니다.....“ 왜 이 녀석은 이렇게 위험한가!!!!!!!!!!!! “.....제발...” 거기다 대고 숨 쉬지 말란 말이다... 지금 내 꼴이 이게 뭔가. 쪽팔려 미치겠는데..왜 또 흥분은 하고 지랄이란 말인가!!! 그렇다!! 나는 한마디로 먹히고 있는 중이었다. 깊은 패팅이나, 혹은 입으로 하는 펠라까지는 즐겼던 방탕한 나였거늘.. 그러나 한번도 먹혀본 적은 없는 나였거늘!!!!!!!!!! 천하의 한하윤이거늘!!!!!!!!!!!!!! ..왜 나는 이 녀석에게 두루마리 휴지를 주었으며.. 왜 나는 이 녀석에게 야오이를 가르쳐야 했으며.. 왜 나는... ..지금 누구나 사용하는 실험실 탁자 위에 엎드려 있어야 하냔 말이다. 그것도 네 발로 기는 것 같은 이 ...이..망측하고도 요상하고도.. 감히 상상도 하기 싫은 음란한 자세로!!!!!!!!!!!! 아랫도리며 윗도리며 후딱 다 벗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고 뜨거워 죽겠는데!!!!!!!!!!!! 멀쩡하게 옷 다 입은 저 녀석의 시선에!!!!!!! 왜!!!!!!!! 왜!!!!!!!!!! “...이렇게 작은 데로도 들어가는구나...” 들어가긴 뭐가 들어가,..이 새꺄... 그냥 이젠 대충 하고 놔 줘..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안 읽을 게.. ....아무리 용광로 님의 글이라도..우어어엉...다시는 안 읽을 게... 이 씨밸 놈아.. “........아앗-!!!!............” 갑자기 허벅지 안 으로 손길이 느껴진다. 그 바람에 비명처럼 내지르며 다시 호흡이 가빠진다. 1초에 두어번 숨 내쉬기 운동하는 것 같다. 녀석이 내 허벅지 사이에 바싹 붙은 채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상도는 그렇게 천수의 같은 남자 것에도 자극을 받았다. 미묘하게 부풀 어 오르는 낭심을 어루만진다. 그대로 쭉 이어지는 미묘한 길을 따라 애널로 손가락을 향했다. 그 과정에서도 성애를 느끼는지 , 천수는 불쌍하게 흐느낀다. 머리를 흔드는 행위 때문에 상도를 향한 하복부도 저절로 흔들렸다. 무심결에 하는 그 모습이 매우 음란하다. 이런 음란한 녀석은 벌 받아 마땅하....” ..소설 읽으면서 똑같이 하지 말란 말이다..이 십새야!!!!!!!!!!!!!!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라고.. 진짜 울고 싶다....씨부랄... 그러나 손길은 닫히려는 허벅지를 가차없이 찰싹- 쳐 내며 날카롭게 쓸어내 린다. “...으으응....................아아..........싫어...” “....여기 저기에 입을 맞춘다. 엎드린 채 허리를 흔드는 녀석의 뒷 모습 을 보는 것만으로 이미 그는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욕정을 느꼈...........” 엎드린 채 흔들거리는 허리???.. ..미치겠...........다.....진짜.. 앞으로는 용광로 싫어할 거다. 이거 실제로 겪는 ‘수’는 얼마나 수치스럽고 쪽팔리고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음란한 그를 벌하기 위해 상도는 손가락 두개를 한번에 구멍으로 꽂아 넣었다. 질끈 죄여오는 점막이 생생히 느껴진다. 두 개로 만족하지 못하는거야..라 고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상도는 천수의 두 다리를 한계까지 쭈욱- 벌렸다. 비참할 정도로 능욕당한 녀석의 아랫도리에 는 이미 흥건한 사정에의 욕구가 말갛게 비취고 있다..” “아앗-!!!!!!!!!!!!!!!” 그 순간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용광로가 뭐라고 말했던 이젠 정말 그 작가가 싫다!!!!!!!!! ...정말 녀석이 소설을 읽으며 손가락을 넣을지 몰랐는데.. ..정말 몰랐는데.... “손가락으로 내부를 휘젓자, 못견디겠다는 듯 천수는 신음을 내기 시작했 다. 달아오른 그 목소리에 젖은 여운이 감돈다. 상도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하얀 엉덩이를 몇 번 두들겼다. 붉은 손자국이 애증의 한계까지 그를 몰아간다....” “..아.........아....” 그러면서 휘젓는다. 처음 겪는 그 알싸한 통증과 이물감. 그러나 그와는 또 다르게 저릿한 쾌감이 체벌처럼 아찔하게 남겨진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가뜩이나 흐트러진 호흡을 조절하지 못해 보기 딱할 정 도로 할딱거리게 만든다. ..용광로 싫다.... “.........이제....정말..싫...........” “..아직, 좀 더 남았는데요, 선배. -상도는 자신의 손가락을 강하게 죄여오는 천수의 점막에 압도당했다. 이 지독한 도발은 기어이 상도로 하여금 자신의 것을 뿌리채 삽입하고 싶다..라는 욕구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할 생 각은 없었는데...왠지 이 녀석만 보면 괴롭혀주고 싶....” ...못참겠다, 이젠. 머리 속이 폭발할 것처럼, 강한 욕구가 휘몰아쳤다. 내부를 휘젓는 녀석의 탄탄한 손가락이 몇 개로 늘어날 때마다, 아응-하는 짧은 신음이 목 너머에서 절로 나온다. ..나쁜 용광로. “..아...흑-!...................” 마침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녀석의 뜨거운 것이 잔뜩 희롱해서 벌려진 입구를 뚫고 거칠게 밀려들어왔 다. 움찔거리는 허리를 꽉 잡으며 녀석이 리듬을 탄다. 말을 타듯, 강하게 접합 해 온 것이다! 머리 속이 윙윙 울렸다. 뇌가 마비될 것처럼 아슬 아슬하게 흔들린다. 퍽퍽거리는 질퍽한 소리가 야하게 들려왔다. 그 순간에 몇 번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땀이 흐른 관자놀이를 타고 물기가 내려앉는다. “....아아응..................” 처참할 정도로 난잡한 신음이 콧소리처럼 흘러나왔다. 이런 씨발.. 이거 내 소리 맞나..라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입구에서 맞물리는 뜨 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접합부분이 마찰열로 달아올랐다. 녀석은 그새 배운 왕성한 학구열을 증명하듯, 손을 재빨리 앞 쪽으로 향해 부풀어 오른 내 것을 미묘하게 쓸어 내렸다. 이미 물기를 잔뜩 달고 있었던 그곳은, 녀석의 손가락에 의해 민망할 정도 로 사정을 강요당한다. 격렬하게 부딪치는 하반신이 거리를 넓혔다가 접촉하고, 다시 넓혔다가 접 촉하고.. “...앗-아앗!...아!아!..................” 그때마다 박자라도 맞춘 듯, 내 입에서 낯 뜨거운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용광로가 씬의 마지막을 어떻게 넣었더라?... ‘상도는 천수가 흘린 정액을 손가락으로 거머쥐듯, 담아 올렸다. 그대로 그는 잔뜩 뿜어져 나온 녀석의 배출물을 눈 앞에 고스라니 들이댄다. 천수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 돌린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천수의 욕설.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는 시선을 피한 채 뭐라고 욕을 내뱉었다. 그런 그는 아름다웠다. 욕구에 사로잡힌 이 짐승은 끝까지 상도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렇다. 용광로가 쓴 그 유명한 소설. ‘뼈와 살이 타는 밤’의 마지막. ...또한 그렇다. 녀석은 마지막까지 소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마침내 시우를 향해 강하게 소리치고 말았다. 물론, 얼굴은 붉어졌지만..- 어디 얼굴만 붉어졌겠는가!!- 이런..젠장!!!!!!!!!!! “손 안 치워, 이 개새꺄!!!!!!!!!!!!!!!!!!!!” “자요..선배 두루마리 화장지..” 씨바, 그런 건 여기서 또 왜 꺼내!!!!!!! 아아.. 아침이 오기 전까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진심으로..진정으로... ........... ..진지하게 싫다. 이 녀석이 너무 진지해서 일이 이렇게 된 거다!!!!!! 드디어 아침.. 거의 녹초가 다 된 내게, 녀석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역시, 가벼운 건 싫습니다, 선배님.” ..이게 가벼워? 이 십새끼가, 지가 안 깔려보니깐 이게 가볍게 느껴지냐? 너는 이게 농구로 보이냐, 이 개새꺄!! ..아우 씨파.. ..나 보기가 역겨운 건 알겠는데, 즈려 밟아도 너무 밟은 거 아냐, 저 새끼 ??? 오오오오-!!!!!!!!!!!!!!!! 나의 뼈와 살이 불타는 밤이여!!! 망할 놈의 용광로여!!!!!!!!!!!!!! 12. 빠직- 내 머리 위로는 돌덩이 12톤이 떨어진 것 같았다. 우째 이럴 수가.. 왜 나는 이리 되었던가.. 초밥의 저 즐거운 표정이라니!! 저 즐거운 표정이라니!!!!!!!!!!!! 그녀.. 김초밥이 접시 위에 멸치 굴러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째...니 걸음이 범상치 않다, 한하윤...” 그래.. 나 범상치 않다. 그토록 난잡하게 놀았건만, 나름대로 소중했던 백버진을 빼앗기고.. 그것도 모자라서 실험 대상이나 되고... .........-_-)^ 빠직- 말도 하기 싫다. “노트는 니 사물함에 갖다 놨다, 한 하윤이..... 으이구, 이쁘라...내 시끼... 내가 시킨 건 잘 해놨고??“ 토닥 토닥.. 그녀가 늘 버릇처럼 행하는 이 엉덩이 두들김!!!!!!!!!!!! “악-!!!!!!!!!!!!!!!” ..하지마..졸라 아퍼... “흐흐흐흐.........” 김초밥이 웃는다. 초밥이가 실험을 빠진 것도 다 계략이었을 것이다. .....나는 까페 테이블 위로 널브러지듯 엎드렸다. 이럴 수는 없는거다. 그 냉정한 녀석이.. 그 녀석이 이 온 몸을 불살라 야오계를 알려주려는 숭고한 뜻도 모른 채.. 초밥유리에게 휘말린 나의 순정도 모른 채... ...아윽 아윽 아윽...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아참, 내 시끼...” 난 니 시끼 아냐..초밥... 울 엄마가 아무리 가위들고 설쳐도 울 엄마야... “니 노트 복사실에서 복사 했을 낀데.. 시험 기간에 아-들이 (주의 : 아들 아님. 아이들이라는 뜻임) 복사실에서 노트 산다 아이가. 거..역시 공부 안 하는 나같은 아-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와 이리 바쁘노.. 복사집에서 다 만난디, 우리 과 아-들.. 내가 일부러, 복사할 때, 젤 위에 니 이름도 적어놨다. 과랑 학번이랑 이름 .. 그럼, 니 노트 복사물 사가는 아-들은 다 니껀지 알고 사간디.. 좋제? 잘했제?“ ..그래.. 뭐, 그러든지... “사물함에 꼽힜던 오른쪽 초록색이 이학전자 노트, 왼 쪽 붉은 색이 양자 역학 노트 맞제?” 그래, 그래.. 아... 귀찮아.. “근데 이상타.. 내가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그렇제.. 우째, 이학전자 노트에서 ‘용광로’가 나오노...“ ...그래..그.. “뭐??!!!!!!!!!!!!!!!!!!!!!!” 벌떡- ..이미 아랫도리의 아픔은 사라졌다. 그렇다! 기억이 난 것이다. 나는 시우녀석과의 발정 실험으로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내가 용광로에게 적은 감상 메일.. 아니, 그 화려한 통신체 구사를 위해 열심히 연습용으로 적은 감상..메일.. 그것을 나는 노트에 적은 것이다. 무려, 양자역학 노트에! 그래.. 내 사물함을 열면 왼쪽이 양자역학 노트, 오른쪽이 이학전자.. ..왼쪽이 양자역학, 오른쪽이 이학전자.. 왼손을 줄까, 오른 손을 줄까.. “..안 돼!!!!!!!!!!!!!!!!!!!!!!!!” 그대로 나는 넘어지듯 까페를 달려나온다. 우어어어어어-!!!!!!!!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이 전설의 미모가 망가지도록 달리고 또 달린 다. 나는 그 노트에 이렇게 적은 것이다. 13. 사색이 다 된 내 얼굴을 멀뚱이 쳐다 본다. 학교 안의 복사집은 무려 3군데에 있다. 그리고 시험 때만 되면 각 과에서 가장 잘난 노트 들이 버젓이 복사되어 여 러군데로 팔려나간다. 수업에 빠지거나 필기를 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다. 복사집 알바가 나를 쳐다보다 시큰둥하게 복사 용지 한장을 집어 든다. 그리고는 이렇게 읽기 시작했다. “이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3학년 02121** 한 하윤.“ “네에, 그거요!!!” 다급하게 외친다. 그러나... 생긴 것도 단정한 복사집 알바는 표정없이 그냥 쭉- 흩어보듯 이렇게 말했 다. “용광로 님께..라고 제일 머리 글에 적혀 있네요. 용광로 님, 안녕하세염! 저는 용광로 님의 글을 무지 잼있게 읽고 있는 독자여욤! 용광로 님은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세염?..ㅋㄷㅋㄷ... 그나 저나 큰 일이예염. 용광로 님의 글을 읽다가 제 남친에게 들켰지 머예염..(/ㅜㅜ)/ 제 남친 이름은 강시우예염. 이름만큼 멋지닥꾸리 해염! 암튼.. 제 남친은 제가 그 글을 읽는 걸 이해 못하겠데염. 어떻게 해야 할까염... 우리들의 절절한 사랑을 위해, 당분간은 잘 못 읽을 거 같아염. 그래도, 용광로 님! 잊지 말고 계속 잼있게 써 주세여~ 담에 양지에서 뵐 날이 있겠져.. 그럼...빠이~... 추신 ) 용광로 님! 근데 용광로 님의 대작 ‘뼈와 살이 타는 밤’은 언제 완결 나나여? ㅋㅋㅋ...완결 나면 몰래 가서 읽으라구염! 야오이 만만쉐! 천천하 만쉐!.. ..........“ ...그렇게..ㅜㅜ... 끝까지 다 읽지 않으셔도 돼요... 점점 붉어지는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곁에 있던 학생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장난 아니다. 어림잡아 한 열 댓명은 있는 거 같다. “..한 하윤씨 맞나요?” 네에..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 복사물 다 걷어주세요..라고 필사적으로 덧붙인 것이다. “어쩌죠? 이미 한 스무 부는 넘게 팔려 나갔는데요.“ 그리고는 머리가 어질-거리는 나를 향해 친절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아이디가 죽이네요. 온몸비틀어용암뿜다..라는 아이디예요? 근데..남친?..남자친구??..........사랑?..“ ...돌아버리겠다, 진짜. ************************** 결국, 나는 울기로 했다. 그것도 저 마녀같은 초밥이가 보는 앞에서... “..난 죽었어..초밥아..아윽 아윽 아윽......” 그렇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이다. 비록 내 그녀를 정말 꺼려하지만.. 우리는 암흑계에 취미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 비록.. 그녀 때문에 지금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맛탱이가 갔지만.. 그녀 덕분에 죽여주게 환락같은 밤도 한번 겪었다. 그래.. 가벼운 것이 싫다는 걸 어쩌겠는가.. “그 새끼가.. 이 한몸 불살랐더니...“ “모시-!!!!!!!!!!!! 니 한몸을 결국 불살랐다고?!!!!!!!!!!!!“ 초밥이가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벌컥 소리쳤다. 우리는 한적한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소주를 기울였다. 달도 밝고.. 과 안 쪽으로는 절대 얼굴을 들이밀 수 없는 오늘의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하 고.. “한 하윤이!!!!!!!!!! 장하다, 내 시끼!!!!!!!!!! 그래서, 어찌 됐노!!!!!!!!!!!??? 앙???“ 근데.. 초밥아.. 우리 그래도 동지겸 친구인데, 내 말의 요점는 그게 아니잖오.. 이바, 이바.. ..너라도 제발 내 하소연 좀 들어줘.. “한 몸 불 사르면 뭐하냐!!” “좋드나?..” 좋긴 뭐가 좋아!!!!!!!!!!!!!!! 하지만.... “....좋긴 좋았지...아윽...” “그래, 그래, 인생은 원래 하드한기라. 힘내라, 이 자슥아..” “..그래도 그 녀석이 가벼운 녀석은 싫다잖아..아윽 아윽 아윽.. 그 녀석은 고소용이 이상형이래..아윽 아윽 아윽...” “그래..니가 좀 가볍제.. 가벼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생각이 없제... 자존심만 세가지고..눈에 비는 것도 없고...“ 이바.. 지금 그게 아니잖아!!!!!!! “어디 그 뿐이가... 생긴건 이쁜게 성질은 개떡같제.. 남자나 여자나 밑도 끝도 없이 밝히제.. 하는 일은 쥐뿔도 없제.. 그러면서 복장 터지게 지 좋아하는 인간한테는 말도 못 붙이제.. 아니, 둘이 영화 보러 가면서 ‘이중간섭’이 모꼬, 이중간섭이.. 그러니깐, 그 새끼가 고소용이나 운운하고 있제...“ ....미치겠네...정말.. 왜 이 여자를 잡고 하소연 했을꼬... “그래도 힘 내라, 이 자슥아. 우리는 자랑스런 동인계 아이가! 힘 내뿌라! 까지껏! 우리 이 한 몸을 불살라서 장렬하게 산화했뿌자! 그게 이 시대에 태어난 동인남녀들의 불타는 사명의식 아니겠나!!!“ ..연설을 해라, 연설을... ********************* 한잔 넘어 두 잔.. 두잔 넘어 세 잔.. 세잔 넘어 네 잔... “엽 저언~ 열얼~ 다안냥~~~ 쿵짜라 쿵짜~ 쿵쿵 짜라 쿵짜~” 초밥이가 취했다. 말짱한 나를 나두고.. ..불타는 사명의식 어쩌고 하며 강렬하게 짧은 팔로 달을 가리키던.. 그 여자는 취했다. 고성방가를 하더니 옆으로 픽- 기울어졌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쒸파. 저것이 멀쩡했으면 어쩔 뻔 했나.... 그러나 나는 취하지 못했다. 이제 나는 완전히 끝이다. 그 생각만이 뇌리에 자욱 내려앉는다. 나는 혼자 어둑한 스탠드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인간 한 하윤이.. 완전히 망가졌네... 이게 뭐야..도대체... 시우 새끼는 없고...과에는 소문 다 나고.. 아이고, 아이고............. 우리 엄마가 또 가위 들고 쫓아오면 우짜라고...나는................“ 투두둑- 그렇다. ..나는 울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좀 인생 즐기며 가볍게 살아온 죄값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일이며 흐느적 흐느적 희희낙낙 거리며 살겠지만.. 그래도 강시우가 제일 밉다. 너무한거다. 용광로도 싫다. ..초밥이는 내일 간장에 찍어 먹을거다. ..열 받는다. 아윽 아윽 아윽... 꺼이 꺼이 꺼이... “왜 울어요?...” 씨바, 초밥이.. 취했으면 저 쪽에 찌그러지란 말야.. 왜 난데없이 존댓말이야.. “왜 울어요, 선배...........” 선배..?.... 홍홍.. ..미치겠네..내가 왜 니 선배냐, 김초바........................압? “하윤이 선배 우는 거 처음보네.” 내 인생을 말아먹은 강시우가 눈 앞에 있다. 나는 민망하고 쪽팔릴 정도로 훌쩍거리며 앞을 노려본다. ..오라.. ..초밥이가 이제 나 모르게 신기까지 들었구나!!!!!!!!!! 내 앞에 환영이 보이다니.....꺼이 꺼이 꺼이... “........곤란합니다, 선배 님..........” 그러자 시우같이 생긴 녀석이 부드럽게 말했다. 큰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상하다. 정말 시우같다!!! “........아야...........” 혹시나 싶어, 술에 취한 눈으로 녀석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 당겼다. 그러자 정말 아프다는 듯, 그 말끔한 얼굴을 찌푸린다. ..어라.. ..찡그리는 거 보니 시우 맞네.. ...귀신 곡할 노릇일세.. “하윤이 선배..” “............?........” 그냥 눈 앞에 나타난 녀석에 대한 약간의 안도감 10%, 그리고 술김에 90%.. 나는 닭똥같은 눈물을 후두둑 흘렸다. 개 쪽이다, 개 쪽. 개 망신.. “......선배... ..난 진지한게 좋아요.“ “.............” 엉엉엉. 그 순간 머리에 꼭지가 돈 내가 흐느끼며 말했다!! 무려, 이런 말도 안되는 문장들을 쭈욱- “그래..난 안 진지해. 야오이도 안 진지한게 좋아... 난 하나도 안 진지해. 난 고소용도 아냐. 우리 엄마도 내가 고소용이 아니래. 그렇다고 한석구가 내 취향도 아냐. 그래도 난 야오이가 좋아. 용광로가 좋다고..엉엉.. 뼈와 살이 타는 밤에서는 해피 엔딩이었는데, 왜 나는 아니지..아윽....“ 위대한 작가 이상이 그랬다던가.. 무의식의 흐름기법.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대로 마구 떠드는 말들.. 녀석의 얼굴이 조금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가만히 한숨을 쉰다. “그래서 노트에 그렇게 적은 겁니까? 나도 야오이만큼 좋아요?“ “.....노트가 복사될지 몰랐어..아윽 아윽.. 안 그럴게...흐윽.. 아이들에게 다 구라였다고 내가 내일 이야기할게..아윽 아윽.. 초밥이가 도와주면.. ..한 열 명은 찾아낼 수....“ “싫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가볍게 다시 한숨을 쉬며, 이 진지하고도 졸라 엄격한 남자 강시우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바싹.. 마치 열을 재듯,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마주댄 채.. 졸라 씁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용광로가 싫습니다. 그 사람 글 가벼워서 싫어요.“ “.............?.....!!!!!!!!!!!!!!!!!!!!!!!!!” “무엇보다도.. 선배가 그 사람한테만 감상 남겨서 싫습니다. 그 사람 글 보세요. 오죽했으면 주인공 이름이 ‘감상도’와 ‘추천수’입 니까?“ “.........-!!!!!!!!!!!!!!!!!!!!!!!!!!!!!!!” 갑자기 하늘이 까매진다. ....아니, 생각해보니 밤 하늘이 까만게 당연하다. 휘익- ..나는 취한 척하며 기절해 버렸다. 14. 감기에 걸렸다. 그것도 지독한 코감기와 목감기가.. “전화 받으라, 아들!” 엄마가 누워 있는 나를 향해 수화기를 퍽- 던졌다. 핸드폰 밧데리가 다 된걸 모르고 계속 앓아 누운 것이다. “여보세..오........”(여보세요. 로 짐작됨. 감기에 걸려 제 정신이 아님 ..)” - 하윤이 선배. “...꺼져, 이 새갸..............”(오타 아님. 코가 막혀 제대로 된 소리 가 안 나옴) - 내일은 꼭 학교에 나오세요. “..닥쳐, 이 새갸..................” 인간 강시우.. 정말 삐리리한 녀석이었다. 알고보니.. 내가 몇 개월에 걸쳐 자신을 짝사랑한걸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골려먹기 위해 위장을 했을까. 그 졸라 반듯하고 잘생긴 엄격한 외모로 말이다. - 선배.. 너무 밉다. 전화기에 대고 악을 쓰듯 소리친다. 그래도 목이 갈라져서 이상하게 쇳소리만 나온다. 억울하다!!!!!!!!! “너는....남자끼리 그러는 거 이상하다며?!!!” - 제가 언제요?- “말도 안 된다며?” - 용광로가 싫어서 그렇지, 제가 언제 야오이가 싫다고 했습니까? 선배 취향이 싫다..이 말이었죠. 말씀드렸잖아요. 저도 동인남 조기 축구회 회원입니다.- 마침내 감기 기운으로 색색거리며 나는 힘없이 배게 위로 드러누웠다. 갑자기 진이 다 빠진다. 억울해서 고집이라도 피워보고 싶다. “암튼..그 날은 실수였고.. 남자들끼리 그러는 거..이상해..소설은 소설이고.........현실은 현실..“ 겨우 한번 말하려 하는데, 또 이 녀석이 낼름 씹어댄다. - 웃.기.지.마.세.요. 선배. 남자건 여자건 모두 같은 원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원자는 더 쪼게면 소립자들로 이뤄져 있구요. 같은 소립자들끼리 사랑하자는데 그게 무슨 큰 일입니까?- .......미치겠다.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니 더 미치겠다.. “야, 이...새캬아!!!....” (역시 오타 아님) 소리를 지르자, 저 쪽에서 갑자기 웃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속은 거다. ...초밥이와 시우..둘 다에게... 나는 기만당한거다. ..초밥이와 시우..둘 다에게!!! ..억울해서 못살겠다. 이게 뭐야..이게 뭐냐구!!!! - 하윤이 선배. 내일은 꼭 조기축구회 나오세요. 모두가 기다려요.- “..시러.............................이 새캬..아.....” 꼭 병든 고양이가 가르릉거리는 목소리다. 아무리 욕을 해도 저 쪽에서는 계속 웃는다. -선배..그리고 다음번에 꼭 돈을 내미세요. 두루마리 아닙니다.- 나쁜 시끼!!!!!!!!!!!!!!!! - 그래야 얼른 저를 사죠. 안 그래요, 선배? 저도 고소용 보다는 선배 쪽이 더 취향입니다.- 이젠 내가 싫어!!!!!!!!!!!!!! 이 나쁜 시키!!!!!!!!!!!!!! - 싫다고 바락거려도 소용없어요. 벌써 오래전부터 제가 찝했습니다. 그리고 그 복사된 채 여기 저기 떠 도는 노트 잊으셨어요? 선배가 이미 공인했잖아요?- ...콜록.. - 선배...- 콜록.. 그렇게 부르지 마!!! ..이 시캬아...!!! 내가 지금 열나는 건 감기 때문이야, 감기!!!!!!!!!!!!! ...아, 좋다. 어질 어질 몽롱 몽롱... - 한하윤 선배. ..어서 돈으로 사서 한번 더 해요, 우리.- .......몽롱 몽롱.. 조오오오오타! - 대신 용광로식은 아직도 전 싫습니다. 제 취향 아니예요.- 어질 어질.. 캬아..감기약은 이런 맛에 먹는구나.. .........다 나으면 보자. 강시우....초밥유리..둘 다 죽었어!!!!!!!!!! - 저한테도 감상 좀 쓰세요, 선배.- ..흥흥.. 난 용광로가 좋아. 니가 뭐라고 하든.. 용광로 글이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강시우가 좋아. 15. (번외) 내 이름 강시우. 나이 올해로 스물 넷. 대한민국 육군병장 출신의 제대자. 멋진 외모와 서늘한 눈매의 소유자. ..그리고 나는... .........동인녀를 잘 안다. ******************* 나는 그녀를 유심히 본다. 손가락 사이에 졸라 카리스마있게 담배를 걸고.. 그녀.. 보자기를 쓰고 뚱하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까페 안으로 고고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 콩밭 메에는~ 아나아악네에야~ 배적삼이 흠뻑 젓누우우우나~- “초밥 누님” “네, 후배님.” 그렇다. 나는 초밥유리와 절친하다. 아니, 실은 내가 그녀의 약점 몇 가지를 잡고 있다. 말해 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녀.. ..다른 이들에게는 결코 보이기 힘든 조신한 모습으로 내 앞에 고개 숙였다 . “초밥누님, 도와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아이구, 말씀만 하이소...” 그녀.. 상당히 입찢어지게 웃는다. 그렇다. 하윤만 생각해도 우리는 이렇게 웃을 수 있다. 물론, 그녀와 내가 웃는 이유는 다르지만 말이다. “동인계의 재건을 위해!....” “뉍! 동인계의 재건을 위해!!” 시우, 초밥 크로스 크로스! “왜 하윤선배는 제 글은 거들떠도 안 보고 오직 용광로 녀석 글만 볼까요? ” 처음.. 나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모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한 나의 첫 등단 야오이 소설. 내 딴에는 회심의 역작으로 적은 소설..‘으스러지는 관능’ 그렇다. 나는 한 필력 날리는 야오이 작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늘 용광로라는 녀석과 같이 글이 올라가곤 했다. 용광로의 글도 재미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용광로와 나란히 올라가는 내 닉네임. ‘암울한미래’가 전혀 하윤선배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하윤 선배는 내가 소설을 적는다는 걸 모른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순진하다. 비록 하고 다니는 건 여왕수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여왕수.. 전문용어 나왔다. “사실...” 뻘쭘하게 초밥유리가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며 머뭇거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용광로 님 글이 재미있죠.“ ..불끈. 그래 나도 안다. 하지만.. 하윤 선배가 한번이라도 내 글을 들여다 봐 준다면!!! “..후...후배님?..” 그리고 초밥유리가 나를 불렀다. 조용히.. 새우보다 작은 눈을 지그시 뜨며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후..후배님.. ..바..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그렇게 해서 계획이 시작되었다. ********************** 나 강시우는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한다. 그리고 7시까지 학교로 가서 대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이른바 **대학교 동인남 조기 축구회 회원이다. 아름답고 사랑스런 두루마리 한하윤도 일주일 전에 여기 가입했다. 거의 실신상태인 그를 끌어다가 억지로 도장 찍은 것이다. ..뭐, 아직 그가 나를 돈으로 안 샀으니 계획은 유효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공이다. 그렇게 자부한다. 초밥유리의 계획이 조금 어긋난 것은 이 설정에 있었다. 대게 수가 공에게 ‘팔리지’ 않는가? ...근데 초밥유리는 수가 공을 ‘산다’라는 이상한 지령을 내린 것이다. 아무튼, 한 하윤에게 아직 시련의 날들은 더 남아 있다. 밝은 갈색 머리를 땀에 젖은 이마위에 날리며 시원하게 달리는 저 한 하윤. “야, 이 시방새야! 너는 눈까리도 없냐!! 이 쪽으로 골을 날려야지, 이 십새야!!!“ 정말 아름답다. 욕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다. 그는 지랄여왕수다. 또 나왔다, 전문용어. 앞으로 그가 지랄여왕수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일들이 필요하리라.. 안 그러면 저 미모가 너무 아깝다. “야, 이 개새꺄!!! 너는 뭐한다고 거기서 안 뛰어!!!!!!!!!!!“ 그는 금 밖에 있는 나를 향해서도 삿대질 하며 길길이 날뛴다. 다른 녀석이 조용히 다가와 아름다운 고양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진정하세요, 선배. 저 녀석은 코치인데요......“ “씨바, 지가 코치면 다야, 앙?!! 다야?!!!” 그래..나는 동인남 조기 축구회 코치다. 그리고 오늘은 무려 아침 5시에 나왔다. 내가 그 시간에 나와서 뭘 했냐구??... “하윤이 선배님.” 조금 달아오른 그의 씩씩대는 숨결은 꼭 뭔가 딴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 야릇한 색기에 살짝 웃으며 나는 그를 놀릴 때 왜 이렇게 쾌감이 느껴지 는지 모르겠다. 알고 있다. 용광로는 밝고 가볍게 쓰지만, 나 ‘암울한미래’는 주로 하드한 SM 을 쓴 다. 그래서 하윤이 선배가 내 글을 안 읽는지도 모른다. 아무튼..그건 좋다. “왜, 이 새꺄!!!!!!!!!!!!! 불렀으면 말을 해!!!!!!!!!“ 저렇게 대차게 소리치는 저 앙칼진 눈매가 좋다. “선배님이 제가 아침에 적어놓은 ‘사랑합니다’의 ‘랑’자를 밟았습니다 .” 그렇다. 나는 아침에 이 거대한 운동장에 나무 막대기로 아주 크게 ‘사랑합니다’ 라고 적었다. 물론.. “뭐...뭐........ ...그게 뭐야!!!!!!!!!!!!!!!!!!!!“ 다시 붉어진 얼굴로 운동장 안 쪽에서 씩씩거리며 노려보는 그는 한 하윤이 다. 그는.. 역시 ‘사랑합니다’라는 글도 보지 못했음이 뻔하다. 나는 마침내 웃고 말았다. 아침 공기 참 청명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용광로 녀석에게 메일이나 띄워야 겠다. 사실 나의 죽마고우인 용광로는.. 초밥유리가 짝사랑하는 대상이다. 그것이 바로 초밥유리의 약점이다. ..훅..하고 공기를 들이마쉰다. 그의 땀냄새가 긴장될 정도로 생생히 폐로 스며드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공기도 가볍다. 그러나 가볍다고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그렇다. 그래서..나는 이제.. “씨바!!!!!!!!!!!! 니가 뭐래도 나는 용광로 글이 좋아, 좋아, 좋아, 좋아아아아!!!!!!!!!!!!! !!!“ ..가벼운 것도 좋다. 알고 있다. 공기는 가볍다. 그러나 가벼운 것도 무게다. 어차피 모두 원자로 이뤄진 몸..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떤가? 그리고 가벼우면 어떻고 무거우면 어떤가. 가벼우나 무거우나 그것은 모두 무게다. ..가벼운 것도 좋아!